지원회화 - 레나토×이사도라


C

이사도라 : 실례하죠.
엘리민교의 사제님이신가요?

레나토 : 음...
그래... 그런 셈이지.

이사도라 : 어째서 이런 곳에
계신 건가요?
이곳 【마의 섬】은 무척이나
위험한 곳이라고 들었는데...
혹시 엘리민님의
가르침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?

레나토 : 아니...
뭐... 그렇다 치지.

이사도라 : ...?
종교에 몸담진 않았지만
저도 엘리민교의 신자입니다.
사제님을 호위할 수 있어
영광으로 생각합니다.

레나토 : 미안하지만...
나 같은 놈은...
사제라고 칭해서는 안 된다.
내 옛 생업은 용병이었지.
신 따위와는 접접이 없는,
피투성이의 인생을 살아왔다.

이사도라 : 그랬군요...
그럼, 어째서
엘리민교를...?

레나토 : 먼 옛날... 친구가 죽었다.
...형제라고 부를 만한 녀석이었지.
하지만, 그 시절의 나는
기도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했다.
알고 있었던 건, 그저
앞뒤 안 가리고 싸우는 방법뿐...
그래서, 검을 버리고
무릎을 꿇었다.
그 녀석을 애도해 주고
싶어서 말이지...


B

이사도라 : 사제님,
괜찮으신가요?

레나토 : 그래...

이사도라 : 저의 고해를
들어주실 수 있나요.
이런 걸 하는 건
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지만...

레나토 : 고해인가...
사제 노릇을 하는 건
서투르지만...

이사도라 : 무슨 일이 있어도, 사제님이
들어주셨으면 합니다.

레나토 : ...알겠다.
들어주는 것뿐이라면...
상관없지.

이사도라 : 사제님...
저는 지방 귀족의 막내딸로
태어났습니다.
어릴 적부터 기사를 동경해서,
힘든 훈련을 거듭해 왔죠.
기사가 되어 조국을 지키는 것이,
제가 목표로 하는 이상이었습니다.
다만...
하나, 각오가
안 되어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.
지킨다는 것은,
적과 싸운다는 것.
적과 싸운다는 것은
적을 죽인다는 것.

레나토 : ......

이사도라 : 저는 지금까지의 싸움에서
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.
정의를 위해, 평화를 위해,
주군을 위해, 조국을 위해,
저는 기사로서
싸움을 계속해 왔습니다.

레나토 : 그것을 후회하고 있는 건가?

이사도라 : 아니요... 저는...
우리들의 싸움이
잘못되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.
하지만...
가끔씩 불안해지곤 합니다.
검에 전해지는 생명의 떨림에...
무서워집니다.

레나토 : ......

이사도라 : 사제님...
저는 틀리지
않은 걸까요?
저는 어찌하면
좋을까요?

레나토 : ......

이사도라 : 사제님...

레나토 : 미안하군...
나는 반쪽짜리 사제다.
모르겠군...


A

레나토 : 무사한가...?

이사도라 : 사제님?

레나토 :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...
여기서 죽으면 곤란하다.
고향이라도
생각하는 게 어떤가.

이사도라 : 네...

레나토 : ......
한 가지 묻고 싶군.

이사도라 : 앗, 네?
무엇인가요?

레나토 : 이전의 이야기 말인데...
설교는 잘 못하지만...
헛소리라고 생각하고 들어다오.

이사도라 : 네. 부디,
들려주세요.

레나토 : 어떻게 하면 좋을지...
너는 그렇게 물었지.
한 가지, 내가 네게
길을 제시한다고 하면...
그것은
방황하는 것이다.

이사도라 : 방황이요...?

레나토 : 사제로서 너를
용서하는 건 매우 쉽다.
내 말 한마디로 네가 구원받는다면
그렇게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지.
하지만, 너는...
고민하고, 답을 계속 찾고 있다.

이사도라 : ......

레나토 : 그건
괴롭고 힘들 테지.
하지만, 어떠한 의문도 가지지 않고,
어떠한 아픔도 느끼지 않고...
그저 인형처럼
사람을 죽이는 게 다인 녀석보다...
너는 훨씬 번듯한 인간이다.
내게는 그렇게 느껴지는군.

이사도라 : 사제님....

레나토 : 이 앞에 답이 존재할지...
나로서는 알 수 없다.
그건 네가 직접
확인해야 하는 것.
그 도중에 얻게 되는
기쁨도, 괴로움도...
전부,
네 자신의 것이다.

이사도라 : 사제님...

레나토 : 나는, 줄곧
그렇게 살아왔다.
아직 답은
찾지 못했지만...